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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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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7:05 조회1,8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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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축령산 정상에서 서리산 방향의 능선을 탔다. 친구놈이 자신있게 앞장 서길레 아무생각 없이 뒤를 따랐다.

 

20분 산길을 걸었는데 오고가는 사람을 한명도 만날수 없었고 희미하게 길이 끊어지고 있었다.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산에서 길을 잘못 드는 경우는 가끔 있을수 있지만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눈달린 짐승이라면 잘못 들수가 없다.

 

야 너 눈은 신고 다니냐

 

놀리는 말투로 질책하자, 우기는 것으로는 두번째라면 서러운 친구놈이 계속가면 길이 나온다며 뒤를 따르란다.

 

도저히 길이 나올 것 같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뒤를 따르는데 숲이 점점 깊어질 뿐 길이 나오지 않았다.

 

깊고 어두운 숲은 다른 곳과 달리 유난히 습한 기운이 돌았고 약초냄새가 진동했다. 그리고 뭔가 신령스런 기운까지 느껴졌다.

 

이리저리 길을 찾던 놈이, “산삼이다!” 라며 소리를 질러 뛰어가서 보니 어라 진짜 산삼을 발견한게 아닌가!!

 

산삼을 캐는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일단 사진을 찍은 후 행여나 뿌리를 다칠까 조심조심 1시간에 걸쳐 산삼을 캤고 부근에 이끼를 뜯어 고이 포장해서 가방에 담았다.

 

서리산 정상으로 향하며 난데없이 소유권 분쟁이 붙었다.

 

야 내가 발견한거니까 산삼 내거야

야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 발견했다고 자기게 되냐 1시간동안 파낸 건 나니까 내거야

 

서로 내거니 니거니 옥신각신 우기며 서리산 중간목 지점인 갈대능선에 도착 후 친구놈이 화장실 간 사이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산삼을 보여주었다.

 

'산삼 보실줄 아는분 계세요' 라며 산삼을 꺼내어 들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누군가 크기로 봐서 200년은 된 것 같다며 어디서 캤냐고 물었지만 그걸 알려줄 바보가 어디에 있는가?

 

고이 수습하여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노인이 눈을 빛내며 한마디 한다.

 

그거 개죽나무요

 

입이 쩍 벌어지는 소리에 주변사람은 물론이고 나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확인차 산삼을 꺼내 노인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개죽나무라구요?”

, 산삼과 비슷한 개죽나무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아세요?”

내가 약초전문가요

 

조심스럽게 다루던 산삼을 가방에 구겨서 쑤셔넣을 무렵 화장실을 나온 친구놈이 빨리 올라오란다.

 

내색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산을 오르다가,

 

야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너 요즘 기가 많이 달리는 것 같아, 그러니까 산삼 니가 가지고 가서 고와먹어

 

야 니가 이제 철이 좀 들었구나

 

친구놈은 반색을 하며 조심스럽게 산삼을 자신의 가방으로 옮겨 담는다.

 

친구놈과 헤어지고 몇칠후, 전화통화를 했다.

 

야 산삼 다려먹었냐?”

 

! 역시 산삼은 산삼이더라 먹고 나니까 힘이 솟는다 솟아

 

“......”

 

가짜 약이라도 진짜라고 믿고 먹으면 치료가 되는 효과를 플레시보효과(僞藥효과)라고 한다.

 

너 먹은거 산삼이 아니고 개죽나무야라고 놀려주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은 이유는 산삼을 먹었다고 굳게 믿고있는 친구놈의 마지막 잎새를 떨구기 싫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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