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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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34 조회1,818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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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뒷모습)
칠순잔치를 마친 그해 가을, 비교적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배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배아픈 증세야 보통 있을수 있는 일이니 별것 아닌 것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찾았을때는 이미 병의 뿌리가 깊었던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너무도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앞에 아버지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8개월간 병원을 5군데나 옮겼지만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 담석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술을 하였고, 그지긋지긋한 통증이 없어지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마취에서 아버지가 깨어났다. 하지만 똑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아버지를 보았을때 그절망감이란....
마약으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통증은 단 1초의 여유도 주지 않았고, 가족들은 한없이 무력할 뿐이었다.
그건 사는게 아니라 고통게임일뿐이었다. 이지긋지긋한 고통게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랬다.
10여년전 봄 아버지는 고통게임에서 해방되시었다. 다행이었다.
얼마전 아버지의 10주기 제사를 모시고 형,동생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에 유난히 애틋한 정이 있는 형이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살아계신 아버지를 한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동생이, “얼마전 길을 가는데 아버지하고 똑같이 생긴분을 봤어, 형도 한번 봤어야 하는데...”
동생의 이야기에 형과 나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뿐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허름한 뒷모습까지 어찌나 똑같던지.....” 동생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나왔다
‘허름한 뒷모습’
이제는 영정사진 앞에서도 담담하게 아버지를 추억할 수있을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허름한 뒷모습이라는 말에 3형제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흘렀다. 가슴이 먹먹했다.
평생을 가난속에 사신 아버지가 누런 쎄무잠바 하나로 긴겨울을 나셨던 것을 서로가 알고있기 때문이리라.
그러고보니 내기억속에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허름하였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어느해 겨울 아버지의 허름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배우지 못했고 가진것 없어 때로는 무시도 받았을 아버지...
하지만! 세상사람들이 허름한 뒷모습의 아버지를 무시했어도 저희 3형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인 것 아시죠? 다행이라고 했던 둘째 아들의 마음도 이해하시죠?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최병숙 가슴이찡한 이야기이네요. . .저도20년정도. 됐지만 아직도 아버지가 보고플때가. 많아요....생각날때면 가슴속으로 부른곤하지요.. . . 좋은글감사합니다.
[ 2012-07-18 23:37:20 ]
김학도 칠팔십년대 힘들고 어렵게 생활했던 시절 고생만하시다 세상떠나신 부모님생각에 가슴이 찡해지네요.의미있는 진광근님의 글 늘 감사드립니다.
[ 2012-07-19 06:10:14 ]
박희은 때는 1984년 코스모스 만개한 계절.
저도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 2012-07-19 09:33:10 ]
이계찬 고생만 하다가신 아버지의 허름한 뒷모습...
지금 그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네요...
[ 2012-07-19 11:41:11 ]
김관행 1986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금 생각케 하네요.....뭉클 합니다...
[ 2012-07-19 14:2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