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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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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17 조회1,88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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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서울

 

“나 들어오는거 보려면 11시까지는 와야 할거야”

 

3.5면 11시 30분쯤에 서울의 숲에 도착할것으로 예상하고 최소한 30분전에는 와야 할 것 같아 딸에게 이른 말이었다.

 

3.5를 할만한 훈련을 한적도 없으면서 3.5를 한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이유가 불가사의하다.

 

결과적으로 그자신감은 발칙한 상상이었을뿐, 명분도 근거도 없는 것임은 후에 밝혀지게 되는데,

어찌되었건 출발 대포가 터지고...

 

썹4 주자의 뒤를 껌처럼 붙어서 달리다 30키로 이후에 속도를 내어 3.5로 들어오는 것,

지극히 단순하지만 나름대로는 치밀하게 수립한 작전을 되뇌이며 멈추지 않을 질주가 시작되었다.

 

반환점을 돌아 26키로 지점,

 

여성부장님이 반대주로에서 반환점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음... 4키로 정도는 벌어져 있겠군, 여성부장님이 섭4니까 잘하면 3.5가 가능하겠는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뿌듯한 마음으로 27키로 지점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그흔한 초코파이 하나도 안주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허기가 지는가 싶더니 몸이 떨릴만큼 급작스럽게 허기가 몰려왔고,

 

지나치는 급수대에서 파워레이드 4-5잔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부작용인지 속까지 부글부글 끓었고,

 

바세린을 충분히 발랐는데도 쓸린 자국이 점점 따가워지며 한걸음을 떼기도 힘들지경이 되었다.

 

부실공사의 부작용이 어느 시점에 이르자 3연속 쓰나미로 밀어닥친 것이다..

 

내눈은 연신 화장실,의료차량,음식공급대를 찾기에 바빴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급한 순서대로 화장실을 해결했고, 다행히 30키로 지점에 의료차량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신까지 혼미해져 간호원에게 바셀린 있느냐고 묻자 손에 듬뿍 짜주었고, 차뒤로 돌아가 쓰라린 부위에 듬뿍 바르고 발걸음을 떼었다.

 

다섯발자국이나 떼었을까?

 

마치 생채기에 고춧가루 물을 뿌린것처럼 화끈 화끈하였고, 눈에서는 시퍼런 불똥이 튀는 듯 했다.

 

“아가씨 좀전에 준게 바셀린 아니요?”

 

“멘소레담 달래메요”

 

대화를 하는 동안 몸은 불판에 올려진 생낙지처럼 꼬여왔고, 호흡까지 가빠왔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바셀린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엉뚱하게도 멘소레담이라고 하였으니 탓할 그누구도 없었다.

 

불에 덴듯한 통증은 시간이 흐르자 가시었지만 허기를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입에서는 저절로 “아이고 배고파‘가 숨소리처럼 터져나오고 몸은 비척거리었다.

 

몇키로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힘이 실린 발걸음으로 추월하는 한여성을 곁눈질로 보았다.

 

여성부장님이다.

 

...........

 

혼자 생쑈를 하고 있는 사이에 4키로의 거리가 좁혀졌고, 이윽고 추월하더니 점점 멀어졌고 마침내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바라만 볼수밖에 없는 심정... 

 

질주본능도, 쟁쟁한 자신감도 한나절 만에 빛이 바래고, 참담한 몸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끌고가든 굴러서 가든 5시 이전에는 들어가야 했는데 도착시간을 계산해보니 간당간당 하다.

 

천신만고끝에 결승선이 보이고, 여기저기서 회원님들의 파이팅 소리가 들려오고 저멀리서 딸아이가 “아빠 파이팅”이라며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4시간 55분 15초

 

조만간 조연의님이 진광근님 잡겠어라는 어느 회원님의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록이 점점 뒤로 가고 있으니 내가 스스로 잡혀주는 것이지 잡히는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 사실이 오늘 입증되지 않았는가?’

 

............

 

입증해서 장하다....

 

참으로 씰데없는 생각만 하고 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이광성  따님에게 마중나올 시간을 일러 줄 정도면 나름 3.5에 대한 자신이 있었을 듯...  광근님도 여성부장님에게 추월 당하셨군요...ㅉㅉㅉ  추월 당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 참담한 기분.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꺼야!!! 광근님 다음엔 진짜 3.5 하세요~~~   
[ 2011-10-10 20:31:36 ]
 
 

조중환  고생하셨습니다, 참! 알수없는것이 마라톤이고 인생이고... 그맛에 마라톤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재미있네요!...   
[ 2011-10-10 21:48:03 ]
 
 

김복순 작년에 40k로에서 추월했었지요. 훈련목표로 했기에 초반에 천천히 뛰었다 화장실이 가고싶은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하다 휴지가 있을까 없을까 걱정하다 22k지점 화장실이 보인다 당행히 휴지가 보인다.
화장실 갔다나와서 보니 반대편 진광근님 강성득부장님 한네다섯명 보인다.작년에 추월했기에 속으로 진광근님을 추월해야지 하면서 뛰었다 32k 지점 앞에서보이기시작한다. 야 추월이다 ㅋㅋㅋ 4:23:34   
[ 2011-10-10 22:31:37 ]
 
 

이상필  진광근님 완주 축하드립니다.님의 몸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 2011-10-11 08:24:19 ]
 
 

이용찬  진광근과 반대로달리면 기록이 당겨진다~~책한권내시죠?
고생하셨습니다~~   
[ 2011-10-11 08:45:17 ]
 
 

조우곤  수고하셨습니다~~^^   
[ 2011-10-11 10:00:58 ]
 
 

이계찬  느낌이 생생하네요...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여성부장님은 중간에 한참을 쉬었다와도 그 기록이라는데  ㅎㅎㅎ~   
[ 2011-10-11 10:11:16 ]
 
 

김영근 제아무리 기록이좋다손치더라도 마라톤은 그날 컨디션에따라 언제든 많은변화를 가져올수있다고봅니다.  그런상태에서 포기하지않으시고 끝까지 완주 하신것만으로도 대단한일입니다. 고생많으셨고 다음대회에서 멋진 진수
한번 보여주실것을 기대하겠습니다~~~~~   
[ 2011-10-11 11:24:10 ]
 
 

이재우  천당과지옥을 다녀 오셨군요...........ㅋㅋㅋ
멘소레담........흑............억!!!..ㅎㅎㅎ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 2011-10-11 13:55:31 ]
 
 

손성호  바셀린바른다는것이 멘쏘레담바르시고 그나마도 포기하지않으시고 완주하신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대단합니다. 한폭의 비디오같이 한눈에 보이네요. 고생했습니다. 다음에는 3.5 이루시기바람니다.   
[ 2011-10-13 11:25: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