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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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18.♡.192.227) 작성일17-04-15 16:53 조회1,933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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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에....
국민학교 1학년 입학후 몇칠후의 일이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텔레비전 있는 사람 손들어” 라고 하자 두어명이 손을 든다.
“라디오 있는집”
댓명이 손을 든다.
“시계 있는집”
점점 손을 드는 아이가 늘어갔지만 나는 손을 들지 못했다.
한번도 손을 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책상있는 집 손들어”
내손이 중간쯤 올라가다 내려왔다.
의자가 달린 것이 책상이라고 여긴 나는 앉은뱅이 궤짝은 책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손을 올리다 말았다.
호시탐탐 손들 기회를 노리던 나도 마침내 손을 들 기회가 왔다.
“부모님 계신집 손들어”
자신있게 번쩍 손을 들었는데 반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휘 둘러보던 선생님이
“너무 많네 아버지 없는 사람 손들어,어머니 없는 사람 손들어”
결국 한번도 손을 들지 못하고 종례시간을 마친 기억은 쓰린것이었다.
아버지를 찾아가면 책상을 사줄거라는 생각을 했던 이유를 모르겠다.
어린 시절 그곳에 가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있었다.
얼마나 젓가락에 맞았으면 모퉁이가 성치않은 탁자를 두들기며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안을 들여다보면 큰술잔을 연거푸 들이키는 아버지가 보인다.
‘저렇게 많이 마시면 죽지않을까?’
책상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내머리속에는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죽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가득 차버린다.
바깥에서 젓가락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기웃거렸다.
어떻게 아버지를 만났는지는 기억이 없다 다만 얼큰하게 취한 아버지가 왜 그곳에 있느냐고 묻는 모습만 떠오를뿐이다.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몸을 비비 틀자 술집안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나는 술집에서 막걸리와 김치만 파는줄 알았다.
아버지께서 집에서 막걸리를 드실 때 항상 김치하고만 드셨기 때문이다.
석쇠에 돼지 불고기가 굽혀지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고 물론 먹어본것도 처음이었다.
맛에 대한 표현을 이렇게 해도 될지 모르겠다.
황홀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맛이었다. 황홀하고 이해되지 않는 그맛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맛본적이 없다.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지 말라는 엄명을 받고 집으로 들어섰다.
어머니께서는 무슨 좋은일이 있는지 연신 싱글 벙글이었는데 나중에야 그이유를 알았다.
“니형은 손을 번쩍 번쩍 들어서 육성회비가 450원이 나왔는데 니는 150원이 나왔다”라며 좋아하셨다.
8살... 아무것도 정돈되지 않았던 혼돈의 시절...아버지가 나에게 호의를 베푼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던 이유와.. 육성회비가 150원으로 책정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게는 상처인 동시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임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18.♡.192.227 작성일
양형모 아련한 어릴적 추억이네요~~
[ 2015-03-10 20:51:26 ]
황석권 잠깐! 추억을 되짚고....^^
현재도 미래에서 보면 추억의 그림판이 되어 잘 했노라고 ....
[ 2015-03-11 08:44:10 ]
이원균 역시 작가 답습니다.
그시절이 그립네요.
[ 2015-03-11 11:24:11 ]
김이섭 우리들의 마음에 간직한 옛 추억을 글쓴이의 글로 잘 표현 하셨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 2015-03-11 12:41:02 ]
이계찬 아~ 그때는 그랫었습니다.. 아련한 추억이네요.
[ 2015-03-11 17:36:21 ]
김순복 저에게도 그런 추억들이 있는데요 ~~그때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 2015-03-11 17:38:27 ]
김학도 아련한 옛추억이 담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진 작가 선생님!!!
[ 2015-03-12 10:48:45 ]
김해호 감사님 맛깔나면서도 찌릿찌릿한 향수가 전해져오는 그때 그시절을
그려보는 추억의 한페이지를 선물로 주셔서 고맙심더~!!!
[ 2015-03-12 12:29: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