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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끝나지 않은 시련과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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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21.♡.152.103) 작성일17-04-07 10:24 조회36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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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시련과 새로운 시작

수기를 쓰려고하니 그동안 마음의 수양없는 마라톤을 해왔던 생각에, 자책감이 든다.
마라톤을 단순히 다리를 단련하고 장거리를 빨리만 뛰면 되는 기계적인 종목으로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던 것 같아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을 해보겠다고 경솔하게 또하나의 오지랖을 만든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운동을 잘못해왔으며 생활을 잘못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늘 무슨 마라톤 한답시고 술이나 마시고 다니냐고 그만두라 조언하신다. 그것은 정신과 혼이 없는 육체의 단련, 어설픈 자만심으로 마라톤을 왜곡해왔던 내모습을 가족들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기를 써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애초에 목표없이 적당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내심 짬짬이 했던 연습과 그간의 내공을 의지삼아 그래도 작년 춘천때보단 낫겠지하는 안이함이 있었다. 시합전날에는 부득이 출근하게 되어서 푹쉬지는 못했다. 게다가 주중 술자리에 과음했던 생각도 나서 이번 출전도 꽝이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벨소리가 잘 들렸다.  일어나자마자 일사천리로 밥먹고 미리 싸둔 가방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뒤풀이 생각에 차를 두고 갈까 하다 시간이 늦어서 몰고 갔다. 사회체육센터 앞에서 회원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시합장으로 출발했다. 버스안의 설레임을 뒤로 한 채 시합준비에 여념이 없는 회원님들과 함께 하차, 자봉팀과 합류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박승찬님과 자봉대장님의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했지만 이것저것 도와드리지 못한 죄송함 때문에 서먹함을 일단락 짓고 시합분위기로 방향을 틀었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회원님들도 이 시간 만큼은 약간의 긴장감과 비장함을 비치며 따뜻한 커피로 잠깐의 위안을 삼고있는 듯 보였다. 날씨가 싸늘했지만 어제의 황사와 강풍은 어느정도 수그러들어 뛰기에 적당한 것 같았다.

간단히 훈련부장님 지휘아래 스트레칭을 마치고 그룹별로 흩어져 출발 총성을 기다렸다. D그룹에서 김수현고문님과 설경오님의 조언을 들으며 김동성 사회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동성씨의 경쾌한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걸 보니 이제 나도 마라톤 마니아가 다됐나 보다하면서 축하인사와 내빈소개를 들으며 출발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룹별로 출발~~좌측에는 치어리더 우측에는 내빈, 물론 좌측에 시선이 더 쏠렸지만~~ 세종대왕 동상을 뒤로한 채 넓은 도로로 개미때처럼 나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니 참 장관이었다.

0~15km
6분 패이스로 뛰면서 몸을 충분히 풀었다. 최근 시합을 앞두고 술자리도 많고 업무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터라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천천히 뛰면서 힘을 비축하자는 마음이 간절했다. 역시 마라톤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가 쉬운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했지만 함께 뛰는 달림이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붐비는 공간속을 이리저리 피해 전진했다. 설경오님은 이미 앞서 뛰고 계셨고 함께 뛰던 김수현고문님도 많은 인파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드디어 혼자뛰는 고독한 주로가 펼쳐졌다.

15~25km
점점 초조해졌다. 몸도 어느정도 풀리고 기분이 삼삼해지는 순간, 어느새 마음속에 찾아오는 유혹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버하라는~~~,'야! 이승준 어차피 30km넘으면 힘든건 마찬가지니까 힘 있을때 힘껏 뛰어둬라', 늘 빠지는 함정이었지만 한명 한명 제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는 이미 마라톤세계에서 잊혀진 패러다임, 하지만 젊은 피가 저 정도야 내가 이길 수 있겠지 하는 오만함으로 전신에 흐르는 순간, 계속해서 뜀박질을 재촉했다. 이미 주변환경은 잘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도심 한복판 이리저리 시선을 두어도 서울지리가 생소하기만 했다. 여기가 어딘지? 저게 무슨 문인지? 잘 인식이 되지 않았다. 4시간30분 풍선을 제치고 4시간 20분 풍선도 어느새 뒤로한 채 힘차게 전진했다. 자아도취 상태, 그림자 조차 멋져 보이는게 아닌가~~  

25~35km
맞바람이 불어, 땀은 어느때보다 흐르지 않았지만 뚝뚝! 땀방울이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목에 멘 손수건을 풀러 눈주변을 닦아가며 뛰었다. 중반을 넘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시합운영에 대해 고민한 결과,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줄인게 아니라 체력이 떨어진 것이었지만~~. 30km 지점에 접어들며 작년 자봉했던 생각이 났다. 그곳은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대충 위치가 생각났기 때문에 조만간 자봉회원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하면 서 길가로 뛰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코너를 돌아선지 얼마되지 않아  이필호님께서 파수꾼처럼 망을 보고 계신게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광명~~광명~~파이팅!!” 정말 반가웠다. 자봉이 왜 그리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힘에 벅찼지만 태연한 척을 하며 꿀물을 먹고 그 뒤에서 사진찍는 조우곤님과 홍보부장님을 마주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남은 10km에 대한 마지막 준비였다. 화장실 볼일까지 보고 충분히 쉬었더니 10분이 후딱 지났다. 떠날 채비를 바로하고 나니 아까봤던 4시간20분 풍선이 훨훨 날아간다. 이런 된장!!
35km까지는 6분10초페이스로 달렸다. 점점 두려움이 몰려왔다.  

35~42.195km
35km 안내판부터 걸었다. 종아리가 뭉쳐 쥐가 날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연스레 뒤를 보게되었다. 버스안오나~~다 포기하고 싶었다. 4시간30분 풍선이 앞으로 훨훨 날아가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녀석이었구나~~그래도 막장까지 왔으니 걸어가든 기어가든 끝은 봐야야 하는 생각으로 아까봤던 사람들을 앞으로 하며 죽을둥살둥 한발한발 내딛었다. 누가 시작이 반이랬던가!! 모든일은 끝과 매듭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40km지점에서는 이재호님을 비롯한 회원님들이 응원을 하고 있어서 마지막을 힘을 내 걷던 발을 일으켜 다시 뛰었다. 마지막은 오히려 뛸만했다. 데드라인을 넘어섰나보다. 계속 뛰었다. 골인~~~4시간34분 !! 작년 춘마때보다 24분 기록을 단축했다. 두달전만해도 서브포를 꿈꿨것만~~, 스스로를 못마땅해 하며 전태수님의 안내에 따라 캠프로 향했다.

2010년 동마를 마감하며~~마라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왜 마라톤을 시작했는지?? 그것은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모든 달림이들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속에는 자신에 대한 도전과 개혁, 변화, 성장, 극복 ~!~~마라톤을 통해서 캘 수 있는 수많은 보석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문 2주년을 돌이켜보면 내게 마라톤은 유희였던 것 같다. 한때 젊은 날의 갓길 정도로 마라톤을 그만 둘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모습대로는 안된다. 나에게 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오길 바라면서 유희가 아닌 성장의 마라톤을 꿈꾸며 다시 뛰어보자. kmc회원님들과 함께~~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21.♡.152.103 작성일

이용찬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위해 달리다보면 완주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리라봅니다..건강을 위한 시간도 일정중에 할애해보시기를... 완주 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 2010-03-25 11:34:41 ]
 
 

박종희  후기의 진맛 멋집니다 차근차근 발전해가는모습 아름답습니다
너무 기록에 관여치마시고 열심히 즐런하다보면 무언가보일겁니다 수고했습니다   
[ 2010-03-25 14:07:56 ]
 
 

이인창  30km 이후 부터가 진정한 마라톤이라고들 합니다. 이후를 극복하기 위해 그렇게도 땀을 흘리곤 한답니다. 이팀장님 말씀대로 정모만이라도 열심히 따라하다보면....올가을엔~~~!!!  완주 축하합니다!!!!!   
[ 2010-03-29 13:46:29 ]
 
 

정사비나  넘넘 고생하셨어요..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심을 축하드려요~~ 가을엔 서브포 하셔야죠~~?   
[ 2010-04-01 11:25:05 ]
 
 

황석권  서서히 올리세요 끊임없이~~~   
[ 2010-05-24 09:53: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