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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2009춘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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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221.♡.152.103) 작성일17-04-07 10:19 조회35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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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자체 하프대회에서 개인 최저기록 달성 이후 장거리 훈련이 없었던 관계로 오로지 완주만을 목적으로 춘천행 출발..
그래도 풀이라고 일주일동안 절주(금주X)하느라 무지 힘들었습니다..막걸리만 몇병씩 먹는 선에서 자중^^;;

스트레칭 후 30분이나 시간이 남길래 어슬렁 거리면서 치어리더들 감상 좀 하다가 연속 흡연을 반복하던 중 출발을 기다리다보니, 엘리트 출발, A그룹 출발, B그룹 출발..ㅡ,.ㅡ;; 본인은 D그룹...그러나 꾸준한 땡땡이로 인하여 실제 수준은 저질체력 그 자체..
아무튼 10시 출발인데 기다리다 기다리다 10시 20분 쯤 되어서 출발..

무조건 추월당하기!!! 내 체력을 감안하여 무조건 1km를 6분에 달리기로 다짐에 다짐하고, 다시 딱 1만명한테만 추월을 당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산천 호수 단풍놀이 온 셈 치고 의암호를 낱낱이 감상하면서 뛰었습니다.

다음에 의암호 꼭 놀러가야겠습니다, 단풍이 호수와 어우러지니 정말 끝내주더군요. 붕어찜에 쏘주 한 잔~~^.^;;

그렇게 15km쯤 달리다 보니 서서히 피곤이 느껴지고..
20km까지는 즐거이 달렸으나 눈 앞에 펼쳐진 장장 3km의 오르막 구간!! 춘천 댐까지의 그 오르막 구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걷기 시작..

그런데 앞에 가던 사람 등판에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인가 본데..
'왜 뛸까?'

어느 참가기에 보니 어떤 사람이 남들이 왜 뛰냐고 자꾸 묻길래 그랬답니다. '왜 뛰는지 몰라서 그 걸 알려고 뛴다'고..

그 때부터 풍경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오로지 도로 중앙선 만 따라가면서 고민해 봤습니다, 왜 뛸까..왜 살까..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치 참선이라도 하는 양 중앙선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조곤조곤 뛰다보니..
답은 나오지 아니하나 춘천댐 오르막길은 끝났고,눈물이 났습니다. 아직 내가, 내 정신력이 살아 있구나!!..

저는 달리다가 가끔은 저 스스로를 [국가 공인 독종]이라고 자부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샛길로 새지 않고, 쉼 없이 다가오는 고통과 의무를 담담히 감당하고 인내해 온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자니 가슴이 벅차면서 눈물이 흘렀지요. 그래도 상관없지요..달리는 2만명 모두 앞만 보고 가니 제가 우는지 어쩐지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
몇 시간이 걸리건 골인 후에는 엎드려서 펑펑 울고 싶었습니다..

다시 언덕과 내리막을 몇 번 반복하니 28km지점에 회송차량이 보입니다..아직은 아니다..쫌만 더 달리다가 포기하자.

30km 발바닥과 무릎이 제발 좀 쉬었다가 가자고 야단이기에, 속도를 더 늦추는 것으로 입막음..

32km 드디어 한계점에 다다릅니다..인체시계는 정확합니다. 훈련 없이 풀코스에 나오면 여지 없이 이 지점에서 멈추지요. 제 의지라기 보다는 양 다리가 스스로 제 할 일을 다하였다는 듯 멈추어 버리는 것이지요.

쭈구리고 앉아 쥐 좀 잡다가, 다시 스트레칭도 좀 하고, 소변도 보고..한 참 걷다가 뛰다가..
드디어 소양대교 35km지점..동호회 회원들이 주는 꿀물 좀 먹고 좀 쉬다가 다시 힘차게 출발!!

했으나..1km도 못가서 다시 걷기 시작..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가 37km에 다다라 걷다보니 깝깝합니다, 벌써 4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걸어서 언제 나머지 5km를 가느냐는 말이지요..회송차도 없습니다, 너무 많이 와 버린 거지요...ㅡ,.ㅡ;;

그래 죽나 사나 해보자..아줌마 주법(양 손은 허리에 부착, 보폭은 최고 40cm, 어깨와 허리는 꽂꽂하게 펴고 종종걸음~~)으로 출발!!
달리다 보니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밀려오는 고통에게 호통 한 번 치고..
'고통아~ 어디 밀려와 봐라, 까짓거 이 정도 육체적 고통 쯤은 기꺼이 맞아 주마, 살면서 느끼는 심리적/정신적 고통에 어디 비할 것이냐!!'

대부분이 걷는 가운데 뛰다보니 순식간에 수백명을 추월하게 되고, 그 만큼 심리적인 고통은 감소되고..
드디어 41km지점에서 응원하는 회원님들에게 사진 잘 찍어달라고 어색한 미소 한 번 날리면서 마지막 오르막길을 힘차게 치고 올라 냅다 내달리다 보니 스타디움!!
남은 트랙 300m를 전속력으로 달려 들어와 보니..4시간 29분 27초..

역시 풀코스 개인 최저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어쨌든 완주했습니다.
어디 엎어져서 펑 펑 울고 싶었으나, 엎드려 울만한 힘도 없고, 오로지 흡연과 음주 욕구만이...

다짐!! 다시는 훈련없는 풀코스 도전하지 말자!!..거의 한 시간을 더 뛰려니 너무 힘듭니다.

P.S. 마라톤 동호회 이름 중 재미난 것들..
      走者不老, 愛走家, 無心川(?), 헐레벌떡, 막달리자, 58개띠, 63토끼, 65비얌 등 등

      간혹 달리기엔 딱이지만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름
 
     '서지마라' ㅋㅋ

     그런데 이 번 춘마에서 더 심한 이름을 보고 말았습니다 !


    '안 서마' ㅋㅋㅋㅋ

    마눌님들은 어찌하라공...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221.♡.152.103 작성일

설경오  나역시  83키로라는  거구에 몸을 이끌고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대회 전전날 알콜 왕창 섭치후  풀코스을 완주 한다는것이  무리였던것이  정말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고통속에  완주했던  똑같은  사연을  올려주신  성부장님께  감사 또 감사 드리며  향후 훈련없는  완주는  그만큼 혼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일깨워준것  춘천대회  영원히 기억 할것 입니다   
[ 2009-11-02 12:49:19 ]
 
 

황석권  그래도 마지막 수백명을 추월하고서 냅다 달리셨다니...골인지점에서 우는 모습도 괜찮은데.. 모두가 감동 그 자체이니.. 수고하셨습니다. 생생 뉴스 이네요.   
[ 2009-12-17 14:3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