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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좌우충돌 반 백이의 하프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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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명선 (112.♡.82.97) 작성일24-04-08 09:43 조회112회 댓글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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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신발 끈을 먼저 묶어야 한다.


상반기 클럽 공식 대회인 영주 소백산 마라톤대회의 알림 문자가 단톡방에 공지 된 순간, 10K 대회 2번의 경험이 전부였던 내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프를 신청했다.

아마도 지금 생각해보니 3월에 열린 동아마라톤의 피시쉬 라인에서 풀마라톤 주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고무되어 있던 나에게 우연히 읽게 된 블로그 글이 발단이었다.

 

_​엄연히 따지면 10K까지는 러닝의 범주에 속하고, 하프부터 마라톤이라 일컫는다. 


​아니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그럼 이때껏 나는 진정한 마라톤을 해본 적이 없단 말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게 분한 맘을 품고 있던 차  

클럽의 대회 알림이 왔고,,,난 그 블로거의 글에 낚이고 말았다.



​불안감과 두려움은 준비 되지 않는 자의 몫이다.


무턱대고 하프를 신청 해두고 여전히 나는 장거리를 뛰지 못하고 있다. 원래 하수들이 변명이 많은 편,,,장거리를 뛰지 못하는 상황이 나의 삶에서는 만 가지도 넘게 있었다.

대회가 코 앞에 다가오자 나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스물스물 내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할 수 있을까,,정말 완주가 될까 하는 불안감은 대회 당일 까지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격려가 지지를 보낼 때 그냥 무덤한 얼굴로 그냥 함 해보지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힘들면 그만 하지요..라고 밝게 이야기 했지만. 

만약 중간에 내가 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그리하여 완주를 하지 못한다면..

그 맘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시간은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 


나의 상황이 어찌 되었건, 속절 없이 시간이 흘렀다. 대회 이틀 전 부터는 버티고개역에서 레슨이 잡히고 서초에서 또 레슨이 잡혀서 이틀 연속 아이를 픽업해서 서초에 있다보니 잠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토요일 밤에는 집에 오면 잠이 온다고 둘째가 연습실에서 영어숙제를 하겠다고 해서 11시쯤 집으로 돌아와 대회 당일 가지고 갈 물건들을 체크하고 집에 와서 바로 잘 수 있게 샤워 한 후 편안한 복장으로 둘째를 데리러 갔다. 

집에 와서 보니 새벽2시..그래 2시간 50분 정도는 잘 수 있겠다...기절...디데이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 오늘을 즐겨라


영주 소백산 마라톤 대회장은 축제 분위기다. 동아마라톤 처럼 깍쟁이 같지 않다.

뭔가 지방다운 넉넉함으로 객식구들을 맞아주는 분위기였다.

광명 마라톤클럽이라는 문패를 제대로 새긴 천막 하나로 

뭔가 맘이 훈훈해진다.

연습을 했건, 말건..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즐기자.

출발선에 섰다. 경쾌한 출발 카운터와 함께 몸을 움직인다. 어,,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여전히 왼쪽 3,4번 발가락 뿌리쪽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보고 전날 발바닥에 붙혀둔 테이프 덕분인 지 견딜만하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니 금새 5k 반환점이 보인다. 원래 3k까지가 제일로 힘든 느낌인데 초반부터 몸이 그리 무겁진 않다.

시냇길을 벗어나자 울렁이는 고개들이 보인다. 뭔가 극단적이진 않지만 의뭉스럽게 사람을 괴롭히는 주로인 것 같다.

힘이 들던 차,,서용호 부회장님이 옆에 오신다. 언덕 길에서 동행하며 구령을 부쳐주신다.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시기 적절 나타난 히어로 부회장님 덕분에 에너지를 얻으며 또 달려갈 수 있었다. 인생도 그와 같다.

부모도 자식도, 형제자매들도 인생의 그래프에서 온전히 함께 하진 못하지만 서로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이왕 만나는 관계 속에서 소중한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전에는 좋은 이들을 가려낼 수 있는 혜안도 필요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뛰다보니 이제 반환점을 돌고 오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그래 이제 반환점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반환점..확실히 요것을 돌고 나면 뭔가 맘에 안정감이 생긴다. 이때껏 뛰어온 길을 그대로 달려가기만 하면 끝이라는 이 안정감으로 나의 마음은 조금 더 침잠된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 나온 고갯길이 나의 심박수를 높여주는 이 상황에서 내 맘은 좀더 차분해진다. 참 희한한 일이다.

심장과 마음의 괴리감이라니...

아 나,,하프 할 수 있겠구나,,하는 맘도 그 순간 생겼다. 그리고 그냥 달렸다.

근데 인생은, 마라톤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18k 에 접어드는 순간, 다리가 무거워짐이 느껴진다. 앗!!! 나 너무 경거망동했다.

그래 러닝이 아닌 마라톤이 나에게 이리 쉬울리 없지. 하며 드는 생각이 아,풀마라톤은 아직 나에게는 신의 영역이구나 를 떠올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풀마라톤에 대한 나의 염원을 또 한 번 느껴 볼 수 있었다.

그래 3k 만, 그래 2k 만, 하며 가다보니 이점선 전 행사팀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환하게 웃었지만, 눈물이 날 뻔 했다. 이제 곧 다 왔다는 이야기가 거짓처럼 들리는 순간. 진짜 피니쉬 라인이 저기 보인다. 안 믿겨져 다시 물었다. 저기가 피니쉬라인인가요???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전력질주를 했다...아 나 해냈다.



반의 의미

 

왜 하프 마라톤이 생긴걸까,,

출발선에서 사회자가 마라톤의 꽃은 하프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이 물음이 떠올랐다. 왜 하필 하프인가...

마라톤의 기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 기원으로 생겨난 스포츠에서 10k,20k,30k 가 아니고 풀마라톤, 하프마라톤, 이하 15k,10k,5k 등등.

아마도 풀마라톤의 엄청난 존재감에 하프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의 심리적 안정감 처럼, 반 정도 먼저 해 보고...그래 반 뛴 너가 풀마라톤 안 뛸 수 있니? 라는 주최 측의 고도의 심리적 접근인 것 같다.

 하프는 먹기 힘든 맛집 음식을  누구에게나 접근성있게 선보이게 만든 웰메이드 밀키트와 같은 느낌이다. 밀키트를 맛보며 언젠가는 꼭 그 식당에 가서 제대로 된 맛을 느껴보리라 하는 염원을 만들게 한다.


내 나이,,딱 50. 백세시대라 하니,반환점을 돌 나이다.

돌이켜 보면 인생 초창기에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준비 안된 채 러닝을 시작한 3k 거리만큼 20대의 난 정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30대 뭔가 바쁘게 움직이지만,,여전히 난 이게 과연 맞는 길인가 의문이 많았다.

40대 초반,,나의 큰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그래서 뭔가 좀더 의미있고 값지게 하나 뿐인 인생을 살고 싶었다. 

50인 요즘의 난,,,여전히 인생도,,마라톤도 초보다.

하지만 하루하루 되풀이 되는 내 삶을 촘촘히 채워가고 있다.

심박수가 뛰고,,호흡이 가파지는 순간에도 내 맘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듯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더 익숙한 운전자 처럼 내 방향성을 좀더 편안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겨난 것 같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신발 부터 신어야 한다. 나 풀마라톤 할 수 있을까 안될까 헛된 생각보다 또 무식하고 대범하게 어느 순간 풀마라톤에 클릭하고 있는 무모한 명선씨가 곧 보인다...


이상 좌우충돌 반 백이의 하프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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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정환님의 댓글

박정환 아이피 211.♡.255.140 작성일

명선팀장님 반백에 이렇게 또 하나를 해내셨네요^^
우리네 인생이 그런것 같습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고 해내고... 그러다 돌아오면 어느샌가 새롭게 도전했던 일들이 일상이 되어있고~~
분명한건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는것! 실패도~ 성공도~
블로거에 낚였든 어쨌든 질렀다는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짧은시간에 하프를 바로 질러서 보란듯이 완주 하신 여성분이 제 기억으로는 첨인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후기 까지 ~
이 글을 읽는 어느 누군가에는 촉매가 되어 도전의 릴레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본인의 도전 준비하랴, 클럽 행사 준비하랴, 분주히 쫒아 다니시며 봉사해 주심에 이 기회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광마의 귀감입니다.
화이팅!!!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김정식 님이 추천해준 영화의 대사를 인용합니다.

마라톤은 고독한 운동 같지만,, 결국은 팀 운동입니다. 해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광마 덕분입니다^&

김명환님의 댓글

김명환 아이피 112.♡.45.90 작성일

하프를 밀키트에 비유하신게 재밌네요.
영주소백산 하프는 정말 어려운 코스였어요. 높은 기온의 방해까지 있었구요.
서늘한 날씨에서는 30km 정도 달리실수 있는 체력을 갖추신거 같습니다.
어려운 하프완주에 성공하신후에도 풀코스에 대한 도전의지가 꺾이지 않으셨군요. KMC훈련프로그램만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앗 진짜요?? 뭔가 맘 속에 다시 퐈이팅이 외쳐지네요~~ 하반기 하프 한 번 더 도전하고
내년 동마 풀 목표로 열심 하겠습니다.

I 'will follow you!!!  hahaha

이원균님의 댓글

이원균 아이피 210.♡.227.75 작성일

김명선 팀장님 후기도 잼있고,
완주를 위한 준비 과정도 좋았네요.
늦게 출발해서 뒤따라 가서 응원하려고 했는데...골인한 팀장님의 해맑은 모습에서 괜한 걱정을 했구나 저렇게 잘해내는데...
첫 하프고
행사팀장으로서 무거운 짐까지
가볍게 극복한 김명선 팀장님 파이팅~~~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늘 유쾌하신 우리 홍보 부장님
첨 클럽에 들어와서 어색해할 때,, 닭강정 사오셔서 야외 테이블에서 먹던 날 기억합니다.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광마에 빨리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머지 않아 풀코스를 완주하고 후기 쓰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일단 대회 신청하면 어떻게라도 훈련 시간을 마련하기 마련입니다. 준비에 최선을 다하면 두려움이 덜 해요.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리려는 자세가 되니까요.
체력만큼 마음도 더 단단해지는 모습입니다.

행사도 준비하시고 첫 하프도 준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네 정옥 팀장님 말씀처럼 담 대회 부터는 좀더 철저하게 훈련하고 가려고요~~
항상 모범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재호님의 댓글

신재호 아이피 118.♡.91.10 작성일

명선팀장님~
이번 하프대회 준비하랴 수고많았습니다.
준비에 신경쓰고 힘들었을텐데 하프완주까지
그리고 후기까지 넘잘읽고 갑니다
행사팀장님의 예쁜마음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늘 이쁜 눈으로 저희들을 바라봐주셔서 감사해요
아직은 서툴고 모자라 행사 준비가 눈에 안 차실텐데도 늘 맘 따순 조언과 더불어 지지해주심 정말 고맙습니다
재호 팀장님처럼 오래오래 달리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조소연님의 댓글

조소연 아이피 106.♡.67.99 작성일

하프 완주에 회원들 섬기는 마음 예쁜 명선 팀장님.
진행 말솜씨 맥주병 따기 춤? 등 미모와 재능을 겸비했다 생각했는데 글 솜씨까지 갖추시다니~~
17킬로 정도 안 뛰어보셔서 무리되지 않을까 남몰래 걱정했는데 슬리퍼 신고 부석사 등반에 귀가해서 한 잔까지 강철 체력 인정합니다~♡♡♡
멋진 후기도 감동이지만 솔선수범하는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소연님 들어오고 너무 좋았던 것이
동기가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딸과 함께 뛰는 모습이 저의 워너비이기도 하고요^^ 우리 오래오래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어 좋은 친구가 되어보아요^^

김지훈님의 댓글

김지훈 아이피 39.♡.123.54 작성일

이글을보니 제가 마라톤을 입문하기 전이면 마라톤을 하고싶은 마음이 샘솟을것 같습니다. 부석사 설명, 클럽 행사를 즐겁게 주관해주신 행사팀장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반백살 마라톤 파이팅입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앗!! 진짜 기분 좋은 극찬입니다.
저의  글로 인해 누군가의 맘에 무언가가 샘솟았다는 이야기가 참으로 제 맘을 설레게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