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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첫 풀코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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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건 (175.♡.143.74) 작성일24-03-19 22:57 조회116회 댓글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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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걷기에서 조금씩 뛰어보기로 했다.

5km를 몇개월간 뛰고.. 7km 몇번 뛴 후 그 해 10월말 '2022년 송도국제마라톤' 10km에 참여했다. 기록은 57분40초! 자의반 타의반이었다.회사에서 단체로 참가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행사는 하프대회였는데.. 나이도 조금있고 처음인지라 10km에 참가하란다. 그냥 그렇게 뛰고난 소감은.. '내년에는 하프에 참가해야지..' 정도..

 

그 뒤로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일주일에 2~3회는 7km 정도를 뛰었고 2023년 11월 '밤섬 환경마라톤' 하프에 참석했다. 기록은 1:58:02초!  역시 회사 행사의 일환이었다. 그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년초에 KMC에 가입해서 가끔 뛴 정도..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일주일에 3~4회 9km 정도를 꾸준히 뛰었다. 출근 전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달라진 점은 2~3주에 한번씩 주말을 이용해 LSD 15, 20, 25, 30, 35km를 했다는 점이다. 혼자 하기도 했고 KMC에 나와서 하기도 하고..

 

그렇게 '2024 동아마라톤'을 준비했고.. 내 인생 첫 풀코스는 4:35:29초 로 해피엔딩이 되었다.   소감은.. '이런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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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까지는 운동을 좋아했지만 여느 남자처럼 직장, 결혼, 육아를 거치면서 64kg의 몸이 83kg까지 늘어났다. 99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골프도 그때 시작했다. 둘 다 잘되지 않았다. 이후 10년 이상 두 종목을 하면서 테니스는 동호인 대회 나가서 1승을 거두는데 2년 걸렸고, 골프는 결국 싱글을 못치고 83타를 끝으로 2011년 모두 그만 두었다. 여러 사정상... 그 기간 동안 유연성을 위해 수영도 3~4년 강습받았고 요가도 3개월간 했다.

 

2012년 부터는 배드민턴/탁구 레슨을 받으며 동호회 활동을 했는데.. 결국은 회전근개파열로 중단하게 되었다. 등산을 정말 좋아하게 되어 그 이후로 미친 듯이 등산을 했다. 주로 뒷산이었지만 실증내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주말에 산에 가면 정상을 두세차례 오르락 내리락.. ㅋ

 

5년전에 신월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뜸해졌다. 우리 동네에는 마땅한 뒷 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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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간.. 내 건강엔 많은 것들이 왔다.. 갔다.

허리디스크, 탈모, 회전근개파열, 당뇨, 고지혈증, 갑상선항진증, 족저근막염, 녹내장.. 몸을 너덜너덜 다쓰고 죽으려나 보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럭저럭 견딜만한 것들이었다. 담배는 피우지 않았지만 뭐든지 과했다. 음식, 운동, 술, 일, 스트레스, 책임감, 경쟁, 성장, 욕심.. 뭐든 내 크기를 한참 넘어서게 했다.  

아.. 노는 것도 ㅠㅠ

 

마라톤은 정말 하기 싫었는데.. 재미없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하지만 달리 할 운동이 없었고 회사에서 하자고 하니.. 마라톤을 시작할 때.. '적당히.. 천천히.. 고통스럽지 않게, 즐겁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절대 무리하지 않기' 로 다짐.. 또 다짐을 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 내 몸이었고 그럴 능력도 없는 나는 볼품없는 오대남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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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대회장에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모처럼 혼자 사진도 찍고 했으나, 이내 후회했다. '쓸데없이..' 사진찍기가 점점 더 싫어진다. 

 

포카리스웨트 부스의 예쁜 박기량과 한 컷.. 찍고 싶었지만.. 아뿔사! 이미 31호 짐차에 내 핸드폰을 넣었다.. ㅋ

그런 내 마음을.. 누구한테 들킬까봐 좀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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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혼자 연습했기 때문에.. 평소에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첫 1km 속도가 항상 끝까지 유지되는 스타일 이었다. 컨디션이 좋아 첫 1km을 6분10초 정도로 시작하면 9km 거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날도 있었지만(어쩌다 한 두번), 대부분은6분30초 ~ 7분30초 페이스 였다. 다만, 대회 나가면  옆사람들 따라 가느라  실력보다 기록은 잘 나왔던 것 같다.

 

'괜찮아.. 내일부터는 천천히 뛰면 되니까..' (대회 때 고통을 느껴도 참을 수 있는 이유)

 

뭐 특별한 훈련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겠다.. 보통 연습 때 호흡이 가빠지면 이내 속도를 줄였다. 조금 빨리 뛰는 고통이 너무 싫었다. 뛰는 재미를 잃고 싶지 않았다. 실력은 늘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난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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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라인 앞줄에서 김정옥님을 발견했다. 이렇게 쉽게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너무 반가웠다. 지난번 연습 때 물어봤더니 6분15초 페이스로 30km를 뛰고 그 이후로 조금 속도를 높여 골인한다고 했었다. 단톡을 통해서 김정옥님의 트레이닝을 봐 왔기에 최선을 다해  따/라/가/기 로 결정했다(대회 1주일 전에 이미 전략 수립)

 

'KMC' 싱글렛을 입고 나란히 같이 뛰는 느낌이 참 좋았다. 항상 혼자 뛰다가 같이 뛰니까 너무 든든했다. 더우기 김정옥님은 이번 대회를 잘 준비하신 분이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김정옥님 덕분에 30km를 걱정 없이.. 편안하게 뛰었다. 평상시 연습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연습이든 대회든 혼자 뛸 때가 많았고 대회 때마다 같은 옷을 입은 젊은 크루들이 부러웠는데..

소속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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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비슷한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렸다. 항상 그렇게 달려서 인지 크게 불편함도 고통도 없이 완주했다. 대회를 준비하고 연습할 때 머릿속에 그렸던 시뮬레이션 그대로 달렸다. 연습할 때도 매번 같은 생각을 했었다.

 

완주 기록은 4:35:29 였고

5km/10/15/20/25/30/35/40/42km 페이스가 6:27 / 6:26 / 6.25 / 6.26 / 6.28 / 6.31/ 6.32 / 6.32 / 6.31 로 구간별로 일정했던 것 같다. 이것이 정상적인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님들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그리고.. 

 

연습 때도 그랬지만 생수병에 아미노바이탈 에너지젤 5개를 물과 함께 넣어 처음부터 가지고 달렸다. 반바지 주머니 좌우에 별도로 에너지젤 한개씩 두개를  넣었다. 상품설명서에 완주하고 꼭 먹으라 씌여 있어서..  그리고 maraton.pe.kr 매뉴얼에 쓰여져 있 것 처럼 매 급수대 마다 물과 포카리스웨트도 마셨다. 20km 부터는 5km 단위로, 가지고 달린 생수병의 에너지젤을 마시며 계속 칼로리를 보충했다. 40km 경과할 때 생수병의 에너지젤은 다 마셨다. 주머니 속의 에너지젤도 골인 후 시차를 두고 다 먹었다. 연습때도 그랬으니까..

 

에너지젤 생수병은 30km 지점 KMC 자원봉사 하시는 분에게 맡길까도 생각했지만, 처음 도전이라 대회장 분위기도 모르고 다른 변수가 생길수도 있어서 그냥 가지고 뛰긴 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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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1km?를 지나니 골인 지점이 보였다. 이때의 심정을 적고 싶다.

평상시.. 부모님과 다정한 사이는 절대 아닌 58세의 K-장남 이지만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튼튼한 다리를 주신 내 아버지와 인내심을 주신 어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어머님 아버님 정말 고맙습니다 x 10번'

 

'나는 김건 이다!'   '나는 김건 이다!'  '나는 김건 이다!' 를 마음 속으로 외쳤다. 밖으로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순간 자제했다.. 

아~ 개소심.. ㅠㅠ

 

Bravo  My Life!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나의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 였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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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C 선배님,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 연습 끝나고 국밥 한그릇 쏘고 싶습니다.

재미없는 후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꼭 듣고 싶은 첫 풀 코스 후기 였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 말 하나로 그때의 기분이 어떠셨을 지 너무나 느껴집니다~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저도 꼭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조소연님의 댓글

조소연 댓글의 댓글 아이피 49.♡.113.227 작성일

찌찌뽕으로 같이 올렸네요~칭구분ㅎㅎ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댓글의 댓글 아이피 220.♡.99.217 작성일

소연님 안 그래도  동기가 있어서 볼 때 마다
맘이 든든한 느낌입니다~~ 집도 가까우니 봄 볕 따뜻해지면 같이 운동도 해요♡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김건님 후기로 풀코스 불씨가 타오르고 있어요. 두 분 해내실 것 같군요.

조소연님의 댓글

조소연 아이피 49.♡.113.227 작성일

와우~~첫 풀코스를 일정한 페이스로 무사히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셨네요^^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께 고맙다고 외친 순간 함께하지 못했지만 뭉클하게 그려집니다~^♡^ 위대하십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첫 풀코스 완벽하게 부상없이 일정한 스피드로 성공하셨어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김건님 덕분에 저도 30km까지 든든하게 달렸습니다.

기본 체력도 있으시고 훈련도 나름대로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셨어요. 자신의 페이스, 장거리, 시뮬레이션까지 저도 이렇게 준비했는데도 저는 막판에 힘이 딸렸습니다. 체력과 장거리 훈련부족과 발톱 부상 방치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엄청했는데 말이죠. ㅎㅎ

"부모님 감사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는 김건이다~, 풀코스 해냈다~" 외쳐도 좋으실 뻔했습니다.

저는 "해냈다"하고 외쳤거든요.

다른 분들에게 훈련과정도 도움이 되고 부모님에게도 감사,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 말 할 수 있는 후기였습니다.

시간과 마음을 내어 후기를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홍하현님의 댓글

홍하현 아이피 223.♡.232.106 작성일

감동찡 눈물찡ㅠㅠ 그동안의 여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마치 제가 같이 뛴 것 마냥 간접체험 지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10k 뛴 저는 제 몸에게 고마웠는데, 풀 을 뛰면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군요^^☆

박정환님의 댓글

박정환 아이피 211.♡.255.140 작성일

김건님의 십수년간의 운동 역사가 기록영화 필름같이 촤르르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후기를 읽는것만으로도 후배 러너들에게 많은 교훈이 될것 같네요.
브라보 유어 라이프 !!
함께 응원합니다~
으라차차!!!!

김해호님의 댓글

김해호 아이피 175.♡.211.224 작성일

몸과 마음 관리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느낌마져
들만큼 생생합니다.
제가 20여년 전에 동.마 공주대회 첫
풀 도전 했을 때 육교 밑 말고는 전체
주루가 땡볕이라 죽을 고생했던 추억
을 소환시켜내는군요
새로운 역사를 만드신 김건 님 축하드
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팟이팅!

이원균님의 댓글

이원균 아이피 110.♡.183.148 작성일

함께 운동을 했지만 워낙 말이 없는 편이라 몰랐었는데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이네요.세월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은 것도 멋지고 시작한 운동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는 끈기도 배울만하네요.
풀코스 후기인데 김건님의 드라마를 읽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갈 때까지 함께 가 보시죠.

서용호님의 댓글

서용호 아이피 221.♡.190.194 작성일

김건님 노력하신 결과가 나와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처음 김건님이 오셔서 좋았고 함께 해서 더 좋았습니다. KMC에 오셔서
많은 발전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항상 같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첫 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