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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한강 해돋이 러닝 24km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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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옥 (218.♡.100.230) 작성일24-01-07 05:50 조회51회 댓글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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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모닝 러닝을 위해 길을 나선다. 하프 이상의 거리는 항상 전날부터 긴장한다. 아직도 초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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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길을 걸을 때는 묘한 기분이 항상 든다. 아무도 없어서 좋기도 하고, 아무도 없어서 적막하기도 하다.

 

나와 그림자 둘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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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어두운 길을 나설까 하고 생각도 해본다.

 

해돋이를 보든, 영화를 보던, 독서를 하든 항상 조용한 시간에 몰입해야 기분도 좋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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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도라서 그나마 포근한 날씨다. 오전은 영상 5도까지 올라갈 예정이니 러닝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지만 나서는 시간은 7시 전이라 싸늘하다. 이 싸늘함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07시에 광명 마라톤 클럽에서 명환훈련부장님과 정훈님2와 셋이서 출발한다. 장거리 팀은 07시에, FUN RUN 팀은 08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마라톤 클럽의 장점은 여러 사람이 같이 뛰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하기 싫어도 하게 되고, 의식하게 되니 더 잘 달리게 되고 엄살 피우는 것도 자제가 된다. 운동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의식하거나, 환경설정하면 더 잘 되는 경우도 많다. 

 

항상 삶이 그렇듯이 옳고 그름이 없다.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조율하면서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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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향해 출발했다. 정훈님2와 둘이서 한강 24KM 목표다. 훈련부장님은 반대 방향으로 12KM 러닝 후 다시 합류한다.

 

광명에서 한강 방향은 아침에도 여러 번 뛰어봤지만 해돋이를 보기는 처음이다.

1월 1일 해돋이도 의미 있게 졸린 눈을 비비며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가족과 지켜봤지만 오늘도 남다르다.

 

해의 기운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활력을 준다.

매일 보는 해, 매일 오는 아침이지만 어디서 만나는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짐을 느낀다. 삶은 해석하기 나름이고 의미부여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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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부장님은 두 사람의 기록을 꿰고 있어서 반환할 때까지 6분 이내로 뛰지 말라고 한 마디 했으니 잘 지켜보리라. 초반에 너무 무리하면 돌아올 때 힘이 들 테니 대회처럼 페이스 조절 연습을 해야 한다.

 

새로 러닝화 구입 후 두 번째 신는 말이다. 나이키 베이퍼 플라이를 신어본다. 24동아마라톤 대비 신발로 길을 들인다. 11KM까지 신어본 느낌은 가볍고 발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통통 많이 튀는 카본이라고 하는데 적당히 조금 튀는 느낌이라 부담도 없고 발목 신발 끈 매는 부분, 발등과 닿는 부분이 부드럽다.

 

칼발이라 나이키 신발이 잘 맞는 편이고 나이키 줌 플라이 5, 나이키 줌 넥스트~(이름도 길다)를 신었는데 맘먹고 베이퍼플라이, 알파 플라이를 사려고 하는데 사이즈도, 색상도 몇 개 없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 건지, 제작을 조금만 하는 건지 서울 매장 4군데를 둘러봐도 없어서 아쉽지만 베이퍼 플라이를 샀다.

폴 코스를 3회 완주했지만 아직도 초보라 기록상 그다지 좋은 운동화는 자제하는 중이었는데 항상 러닝화 욕심이 들끓는다.

 

사려고 맘을 겨우 먹었는데 막상 사려면 사이즈며, 색상도 없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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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편의점에서 물과 에너지 바를 먹고 다시 달린다. 반환점을 돌았지만 그다지 몸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가뿐하다.

 

한강 입구에서 권오복님을 만났다. 엊그제 현충탑 언덕 훈련에서도 화이팅하며 훈련했던 기억이 난다.

 

15 KM에서 각자의 컨디션으로 달리기로 하고 속도를 조금 높여본다. 6분 10초 페이스에서 5분 50초로 달려보니 나쁘지 않다. 5분 30초도 달려보았는데 마지막에 힘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5분 40초로 유지한다. 

 

독서든 책이든 삶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의 컨디션, 나의 몸, 나의 기분, 나의 장단점, 나의 체력 등을 알아야 거기에 맞게 조율이 가능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21KM 지점에서 광명 마라톤 클럽 8시 팀이 간간이 보인다. 은화님, 지훈님, 송부장님 반가워서 소리질렀다. 힘들 때 만나니 더 반갑다. 여성 러너들이 귀하니 은화님은 보기만 해도 좋다. 처음 올 때부터 반갑게 맞아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열정러너 지훈님~^^. 송부장님은 몇 키로 달리냐고 물어보신다. 

"12km에서  턴했어요"

 

힘들 때는 아는 사람만 보여도 힘이 난다. 휙휙 지나가는 모습과 응원해 주시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다. 이원균 홍보부장님도 만나고, 러닝 폼이 좋지 않은데 뒤에서 " 자세 예쁘게 " 라고 돌려서 말해주시는 전태수님도 항상 고맙다. 

 

서용호 부회장님도 만난다. 바쁘다고 하시더니 나오셔서 반갑다.

 

5분 30초로 달려보자.

이 정도의 컨디션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호흡을 조절하고 발걸음도 11자 걸음으로 신경 쓰며 내딛는다.

 

겉옷 점퍼도 9시가 넘어가니 거추장스럽고 더워진다. 긴 팔 위에 싱글렛만 입고 뛴다.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가장 힘든 1KM를 남기고 광명 마라톤 클럽 두 분이 앞서 달리고 계시니 또 힘이 난다. 이점선 위원님과 신재호님이 보인다. 

 

마지막 2KM는 힘껏 달린다. 1KM는 보나 마나 없는 에너지까지 박박 긁어모아서  다 쓸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갈 때보다 올 때 속도가 좋으니 만족스럽다. 대회 때도 이런 컨디션이면 좋겠다.

힘이 아주 다 빠질 무렵 피니시를 향해 이점선 위원님이 같이 달려주신다. 옆에서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오직 호흡에 집중할 뿐이다. 발도 11자로 해보려고 의식하지만 자꾸 힘이 빠진다. 무의식까지 아직 도달하지 않았나 보다. 1월의 목표는 11자 러닝이다. 

 

달리기를 하고 싶은 분이 질문하면 항상 집 근처 마라톤클럽을 알아보라고 알려드린다. 혼자보다는 클럽에 가입해야 도움도 받을 수 있고 환경 설정을 해야 꾸준하게 러닝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초보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면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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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22분을 달려서 24KM를 완주했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힘은 다 쓸수록 다시 채워지는 게 매번 놀랍다. 힘을 쓰지 않으면  힘이 저장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바닥까지 다 소진해야 다시 채워진다. 와~바닥까지 다 소진했다. 몸이 기억할 거야. 다음 러닝도 잘 부탁한다. 내 몸아, 내 다리야. 오늘도 수고했어. 

 

23년 4월 아산 마라톤 하프 대회에서 2시간 8분 기록이었는데 오늘은 2시간 6분이었다. 10개월이 지났으니 2분 단축이 놀랍지도 않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벅찬 일이다.

2분을 줄이기 위해서 근력 운동과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을까나. 나이는 먹고 있는데 체력과 기록은 좋아지고 있으니 놀랄 일이다. 

 

달리면서 시간도 단축하고 건강도 좋아지기는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매일매일이 생동감 있게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 더 좋은 러닝의 효과는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다. 오래 살려고 러닝 하냐고 물어보면 생동감 있게 지내기 위해서 러닝 한다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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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마라톤 클럽 신입회원인 조소연님과 박태겸님이 가입했는데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 같아서 기쁘다. 첫날인데 걷뛰 4,8km를 했단다. 두 분이 3.1절 기념 마라톤 대회 신청했는데 5km 완주는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다.

 

혼자 하면 안되는데 박정환 클럽 회장님이 같이 뛰어주시니 가능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혼자서는 안되는데 왜 같이 뛰면 될까요?


 

댓글목록

서용호님의 댓글

서용호 아이피 211.♡.205.122 작성일

마음의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네요^^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시간 내어서 오시니 더 반가웠습니다.

이원균님의 댓글

이원균 아이피 106.♡.67.63 작성일

와~~~우
저옥 팀장의 글 솜씨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렇게도 맛깔나고
생동감 있고
광마클이 궁금해지네요.
기록도 에프엠이구
달리기를 몸으로 체득한 기록이네요.
감사합니당~~^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2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요. 광명마라톤클럽에서 배운대로 하다 보니 FM이 되었어요. 선배님들이 가르쳐주실 때마다  새겨 듣고 따라 했습니다. 홍보부장님의 도움도 아주 컸습니다~

권오복님의 댓글

권오복 아이피 14.♡.87.215 작성일

동마 끝나고 후기 한번 올러보시죠
글에도 생동감이 넘치네요
대상 받을것같습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동마 후기 쓰기나 있나 보죠. 춘마는 떨어졌지만요. 어디든 공모하는 글에는 무조건 쓰는 편입니다. 동마도 찾아봐서 써야겠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박정환님의 댓글

박정환 아이피 116.♡.170.45 작성일

달리면서 보는 일출 정말 남다르죠..
아주 훌륭한 기록에 멋진사진, 맛깔난 글이 더해지니 러닝도 예술이 되네요^^
맛있는 후기 자주 올려주세요♡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핸드폰을 들고 뛰는 이유는 기록하기 위해서죠. 기록, 성찰로 성장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금방 잊혀지니까요.

멋진 사진 한 장만 건져도 러닝 고통이 사라집니다. 이런 멋진 사진 찍지 않고 즐기지 않으면 러닝이 무슨 소용일까 생각할 때도 있답니다. 즐기는 러닝이 가장 좋은 러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주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김명선님의 댓글

김명선 아이피 112.♡.75.137 작성일

방 구석 글 읽기 만으로 그 날의 모든 광경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맘입니다^^
이리 훌륭하고 세심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어여 같이 뛰기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애정을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방 구석 글 읽기도 표현도 재밌네요.

김지훈님의 댓글

김지훈 아이피 222.♡.192.236 작성일

너무 재밌는 수필같은 글이었습니다. 기회가된다면 마라톤수필집 쓰시는것을 권유하고 싶네요.
저는 그날 잠을못자서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뛰다가 정옥님 파이팅하시는 모습보고 힘이  잠시 났었습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24년 상반기에 마라톤 전자책과 시집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은 3월 안에, 시집은 5월 출간 목표를 두고 쓰고 있어요.
저는 지훈님, 은화님, 송부장님 보고 반가워서 펄쩍 뛰었는데 지훈님도 힘이 났다니 앗싸~ 기쁩니당~ 서로 동기부여 주고받으니 느~무 좋아요.

홍하현님의 댓글

홍하현 아이피 223.♡.241.59 작성일

글을 읽는 동시에 바로 뛰고 싶어서 발 동동 구르게 만드는 멋진 글입니다!!♡0♡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이번주 토요일은 광명체육관에서 하니 발만 동동 구르지 말고 같이 달려봅시당. 소연님하고 같이 달리고 사진도 찍어용용~ 와~ 생각만 해도 신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