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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출사표/후기

3번째 풀코스 도전은 넘어져서 실패, 울릉도 마라톤 대회(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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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옥 (218.♡.100.230) 작성일23-06-14 16:49 조회55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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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울릉도 마라톤 대회,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나의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은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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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km에서 나의 가민워치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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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문화 예술 체험장을 출발 후 점점 높아지는 고도 150m 언덕. 울릉도 한 바퀴를 돌아야 풀코스 완주다.

 

이 언덕은 ' 헉 ' 소리가 나는 언덕이 아니라 봉우리라고 할 만하다. 첫 풀코스 도전이라면 필히 삼가야 하며 최소 10회 이상은 풀코스를 뛰신 분들, 업힐 구간을 필히 훈련하신 분들, 근력 운동 필히 하신 분들, 트레일 러닝 필히 연습하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고작 2번 풀코스 완주자가 울릉도 마라톤 풀코스를 우습게 알았다.

 

광명 도덕산 트레일러닝을 했던 훈련부와의 기억이 떠올랐고 울릉도 언덕이 가파르기는 더 가파르지만 언덕이 높으면 얼마나 높겠냐 했는데 이건 마라톤 코스가 아니다.

 

그리고 바로 내리막길이어서 조심조심 내려갔는데 다시 오르막길이다. 걷지만 말자고 다짐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간다. 이러려고 내가 오르막 연습, 계단 오르기 연습, 필라테스, 스쾃, 근력운동을 잘 해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춘천 마라톤 언덕이 힘들다 한들 여기에 비할 바가 안 된다.

 

30분 이상 오르막 내리막 다음의 평지는 무지 반가웠다. 그나마 한 걸음도 걷지 않았다는 위안을 삼으며. 

 

광명 마라톤 클럽에서 훈련하고 페매를 해주셨던 분들의 조언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언덕에선 힘을 빼라

하프까지 에너지를 아껴라

30km 이후가 진정한 마라톤 시작이다

초반에 페이스 오바 하지 마라

물은 식수대에서 무조건 마셔라

힘들더라도, 천천히 뛰더라도 걷지는 마라

내 몸의 흐름을 맡겨라

몸의 리듬을 타라

무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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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빠진 상태라 하프가 되지도 않았는데 평지도 힘이 들었다. 하프까지는 컨디션도 좋아야 하고 힘이 별로 들지 않게 하려고 시계 페이스도 보지 않고 몸 상태의 컨디션으로만 달리려고 천천히 뛰자고 마음먹는다. 30km가 진정한 마라톤 시작이라는 생각에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달렸다.

 

2, 5km마다 있는 식수대가 반가웠고 얼른 마시고 바로 나선다.

19.8km 지점에서 저 멀리서 두 분의 울릉도민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저분들이 다가오면 피해서 가야지 하면서 멀리 쳐다보다가 그만 내 발에 내가 넘어지고 말았다.

다리에 힘도 빠진 상태다.

 

꽈당

 

넘어지면서 손을 짚고, 어깨와 무릎이 바닥에 찧고 얼굴이 꽈당 시멘트에 쓸린다.

얼굴이 너무 아프다. 양쪽 무릎을 보니 다 까여서 피가 난다. 손바닥도 쓸렸고 선글라스는 부러졌다.

 

선글라스를 거울삼아 얼굴을 보니 왼쪽 광대뼈와 턱 쪽에 쓸려 있다.

계속 뛸 것인가?

멈출 것인가?

 

오늘만이 대회가 아니다.

신중하자. 무리하지 말자.

 

앞뒤에 아무도 없다. 

 

나중에 서서 119를 기다리다 보니 풀코스 러너들이 5명 정도 더 지나갔다.

거꾸로 5~6등으로 뛰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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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상태로 봐서 뛰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119에 전화했다.

다른 대회 때는 워치만 차고 뛰는데 오늘따라 핸드폰을 들고 뛰고 싶어졌다.

풀코스 기간 동안 1~2회 만이라도 울릉도 절경 사진을 찍고 싶어서 허리 벨트주머니에 넣고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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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도 멈추고, 대회 차도 멈추고, 119에 탑승해서 울릉도 의료원에서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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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후 택시를 타고 대회장까지 가려고 했는데 의료 원장님이신지, 직원분이신지 모르겠지만 대회장까지 태워다 주셨다.

 

잠깐 앉아 있었더니 남편이 첫 하프 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이라도 찍어줘야 했는데 다리도 아프고 해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남편은 보자마자,

 

여긴 왜 있냐고?

얼굴은 왜 그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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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다는 말에 어이없어 웃는다.

나도 어이없어서 넘어졌을 때 웃었는데...

 

하프 코스 러너들, 풀코스 러너들이 완주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

모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지만 해냈다는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남편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울릉도 마라톤 코스(고도 필히 자세히 볼 것)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점(참가하기 전 코스 고도를 찾아봤는데 못 찾음)

*대회 전날 무리한 일정(버스로 4시간, 배로 3시간, 투어 반나절(패키지 투어 절대 반대), 대기 시간 2~3시간 등)

*달리기할 때 바로 발밑 15도 각도 유지하며 뛸 것(멀리 보지 말 것)

*힘 빠져있을 때 더 조심할 것

 

3년 동안 5km, 10km 가볍게 뛰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광명 마라톤 클럽 가입 후 풀코스 완주 2회, 훈련하면서 넘어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첫 풀코스 완주 후 왼쪽 무릎 부상으로 3개월 쉬었고 이번 부상으로 1개월 이상 쉬어야 할 것 같다.

 

가끔씩 주는 부상은 마라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한다.

무릎 치료할 때도 무리 하지 않게 3개월간 천천히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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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마라톤 인생에서 울릉도 마라톤 대회는 나에게 어떤 배움을 주려고 부상이 왔을까?

 

그냥 이건 아기가 걸음마 배우다가 넘어진 것 같이 넘어진 것뿐이야

먼 훗날 돌아보면 그런 날도 있었네 하는 그런 날이겠지

좋은 경험,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하자.

 

그런데도 마음은 안타깝고, 제대로 걷지 못하고, 얼굴 밴드를 가려야 하는 마스크 써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네그려. 

 

그러나 독도 풍경만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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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원균님의 댓글

이원균 아이피 106.♡.196.61 작성일

아직 이게 현실이나 하고 있을 시간인데 모범이 될만큼 상세히 기록해 주셨네요.
훈련부장으로서 너무 무심했다는 책임감이 확 밀려왔습니다.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했는데 전혀 상상을 못한 것은 저도 회원님들도 울릉도 코스를,
김정옥님이 아직은 초보임을,
신입 회원들에게 부상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했음을 인정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신입회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아픈 후기 작성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아닙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개인 참가하는 대회는 꼼꼼하게  챙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환님의 댓글

박정환 아이피 116.♡.170.45 작성일

그러네요.
훈부님 말대로 울릉도 코스 상태를 누구도 체크해주지 않았네요..ㅠ
트레일러닝 중에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후기 보니 울릉도 대회는 거의 트레일런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ㅋ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 하시고 빠른 회복 빌어봅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19.8km에서 멈췄는데 풀코스 완주하신 분들은  26km지점이 더 경사가 더 심하고 많은 분들이 걸었다고 하더군요.

울릉도 한바퀴 완주라도 해서 누군가 코스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답해주려고 했거든요.

광마 팀에게 울릉도 코스가 힘들다(패키지 참여 결사 반대)는 것만 알려도 제겐 큰 소득입니다.

이재우님의 댓글

이재우 아이피 175.♡.188.91 작성일

정옥남!
천만다행 입니다.
어떤 마라톤 이든 출전 하게 되면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심정으로 출전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지피지기 면 백전불태 라 했습니다.
빠른 회복을 기원 드립니다.

김정옥님의 댓글

김정옥 댓글의 댓글 아이피 218.♡.100.230 작성일

감사합니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마음. 풀코스는 정말 그런 마음이에요. 지피지기가 부족했습니다. 

마라톤 하면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경험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부분도 있구요.

마라톤에서 멈춰 있는 자에게 상처는 없다, 오직  뛰는 자에게만 상처가 생기고 경험이 생기니 좋은 경험으로 여기려 합니다.